중요한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끝내 못 하고 집에 돌아온 밤, '그때 다르게 말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돈 적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밤이 꽤 많았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그 질문을 시간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정면에서 건드립니다. 그리고 영화가 내린 답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습니다.시간 여행이라는 능력, 그런데 왜 완벽하지 않을까혹시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본 적 있으십니까.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딱 한 마디만 바꾸는 것, 그것만으로 지금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느낌 말입니다.영화의 주인공 팀은 실제로 그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남자들이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 직접 실험으로 확..
직장에서 가장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조용히 곁을 지키는 사람일까요? 영화 《인턴》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무렵, 제가 새 직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진짜 의지가 됐던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그건 가장 뛰어난 동료가 아니었습니다.세대 공감 — 70세 인턴이 보여준 직장 적응의 본질영화 속 벤은 70세에 고령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합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여행과 일상 속에서 무료함만 느끼던 그가, 채용 광고 한 장에 새 출발을 결심하는 장면은 솔직히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저 나이에 또 인턴을?' 하는 생각이 먼저였으니까요.그런데 벤이 면접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자..
거울 앞에 서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부터 찾은 적 있으신가요?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주인공 렌은 외모가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자신감 하나로 인생을 바꿉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현실에서 통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서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자존감과 자기 인식 — 렌은 실제로 뭐가 달라진 걸까영화 속 렌은 헬스장에서 머리를 부딪힌 뒤 자신이 갑자기 예뻐졌다고 믿게 됩니다. 그런데 카메라는 렌의 외모가 사고 전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계속 보여줍니다. 변한 것은 오직 렌의 자기 인식(self-perception)뿐입니다. 여기서 자기 인식이란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즉 자신의 외모·능력·가치에 대해 스스로 내리는 평가를 말합니다.자기 인식이 달라지자 렌의 행..
동생이 생긴 뒤 부모님의 사랑이 줄었다고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실제로 그랬습니다. 《보스 베이비》는 바로 그 감정을 정장 입은 아기라는 유쾌한 설정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웃기는 가족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서 꽤 오래 생각이 남았습니다.사랑 파이는 정말 나눠지는 걸까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설정은 단연 '사랑 파이(Love Pie)'였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총량이 고정되어 있고, 아기와 강아지가 그 파이를 두고 경쟁한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사랑 파이란, 사람들이 베풀 수 있는 애정의 크기가 유한하다는 전제를 시각화한 장치로, 아이들이 형제에게 느끼는 질투심을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보스 베이비가 소집한 회의 장면을 보면, 새로운 강아지 교배종이 ..
픽사의 《코코》는 멕시코 명절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음악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저승 세계를 여행하며 가족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그냥 화려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하고 혼자 삭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거든요.가족 갈등 — 반대의 이유가 '미움'이 아닐 때좋아하는 걸 숨겨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새로운 계획이 생겨도 "현실성이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가족한테 먼저 꺼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구엘이 기타를 몰래 치고, 장기자랑 전단지를 숨겨두는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그 답답함이 남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미구엘의 가족이 음악을 금지하게 된 건 단순한 편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