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단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영화 는 그 황량한 전제 위에서 생존이 아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동안 떨쳐내지 못했던 어떤 감각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찾으려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통째로 흘려보냈던 그 시절이요.사라진 세상에서 무너지는 것은 몸이 아니라 의미였다일반적으로 종말 이후를 다룬 영화라고 하면 식량 확보, 안전한 거처 마련, 외부의 위협 같은 생존 서사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건 전혀 달랐습니다. 에서 커플 알리와 제나는 아이슬란드 여행 중 오로라 현상을 목격한 다음 날 아침,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 남겨집니다. 식량은 충분하고, 도시는 멀쩡..
철학 교수가 살인을 계획한 뒤 오히려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영화 을 처음 봤을 때 이 설정이 불편하면서도 어딘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저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하는 일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고, 그때 에이브가 느낀 공허함이 전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살인 계획이 활력이 된다는 설정, 팩트로 따져봤습니다영화 속 에이브 루카스 교수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쳐 보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선 우울증 소문이 돌고, 절친의 죽음 이후 무기력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는 강의에서 철학의 많은 부분이 "언어적 자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언어적 자위란, 현실을 바꾸지 못하면서 개념과 논리만 끝없이 반복하는 지적 유희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이 대사 하나로 그가 얼마나 ..
IQ 75인 사람이 대통령을 만나고, 탁구 외교를 성사시키고, 새우 사업으로 거부가 됩니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머릿속에 남은 건 포레스트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그가 걸어온 방식이었습니다. 학업과 진로를 돌고 돌아온 제 경험과 묘하게 겹쳐 보여서였을 겁니다.어린 시절이 만든 사람 — 포레스트의 출발선포레스트 검프는 경계성 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을 가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경계성 지능이란 IQ 기준으로 71~84 사이에 해당하는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인 지적장애 진단 기준(IQ 70 이하)에는 미치지 않지만 평균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쉽게 말해 제도권 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이 "꿈을 이뤄도 허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거든요. 재즈 뮤지션 조 가드너가 평생 원하던 무대에 오른 직후 느끼는 공허함은, 제가 콘텐츠 작업에서 목표 조회수를 달성하고도 곧바로 다음 숫자를 걱정했던 그 기분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감동 애니메이션이 아닌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목표 집착이 만드는 함정 — 조 가드너의 공허함이 낯설지 않은 이유영화 《소울》의 핵심 구조는 생각보다 정밀합니다. 주인공 조는 재즈 공연 직전 맨홀에 빠져 사후세계인 '저 세상'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영혼들이 성격과 목표를 부여받는 '유 세미나(You Seminar)'로 떨어집니다. 여기서 유 세미나란,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지구로 떠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