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조직일수록 내부는 더 단단히 닫혀 있다는 걸, 저는 꽤 늦게 알았습니다. 프랑스 범죄 스릴러 (Les Rivières Pourpres, 2000)는 눈 덮인 게르농 대학을 배경으로 그 닫힌 문 뒤에서 벌어진 일들을 정면으로 파고듭니다. 훼손된 시신, 사라진 기록, 뒤틀린 유전자 실험. 보면서 "이게 단순한 살인극이 아니구나"를 깨닫는 순간, 등이 서늘해졌습니다.엘리트주의가 만들어낸 유전자 실험의 비극권위 있는 조직이라면 모든 게 공정하고 투명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규모가 크고 이름 있는 회사일수록 내부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돌아갈 거라 믿었는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달랐습니다. 성과가 나빠도 출신이 좋으면 승진이 됐고, 문제를 알면서도 조직 이미지를 위해 ..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흔들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 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 장교 베르너 폰 에브레나크(Werner von Ebrennac)가 프랑스 여성 잔느와 그 할아버지의 집에 강제로 입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점령과 저항,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이 침묵이라는 언어로 촘촘하게 엮인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대사도 없는데 뭐가 재밌겠어" 싶었는데,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저항의 침묵 — 말하지 않는 것도 분명한 의사 표현이다잔느와 할아버지는 베르너가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습니다. 밥을 먹어도,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가 매일 밤 거실에서 혼자 이야기를 꺼내도 — 두 사람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이 침묵을 두고 단순한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