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다는 게 아픔을 덜 느끼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영화 을 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아이가 정작 가장 큰 죽음 하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혼자 짊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성장 드라마가 보여주는 죄책감의 구조성장 드라마(coming-of-age drama)라는 장르는 흔히 첫사랑이나 우정을 중심에 놓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성장 드라마란, 아이가 세계의 복잡함을 처음 마주하며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서사 형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을 보고 나서 제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 정면으로 다루는 건 첫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
우연과 승희는 10년 가까이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단 한 번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있지 못했습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나서 저도 한동안 멍했습니다.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타이밍과 준비의 문제라는 걸, 제 경험을 통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엇갈린 타이밍 —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했던 이유영화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됩니다. 매일 싸움에 휘말리던 우연 앞에 전주에서 강릉으로 전학 온 승희가 나타나고, 둘은 어색한 첫 만남을 거쳐 포장마차 밥 한 끼로 가까워집니다. 승희가 학교 일진 태끼에게 시달리자 우연은 맞아주는 방식으로 그녀를 지키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며 MP3를 선물합니다. 승희는 말 대신 우연의 손등에 그림을 그려 마음을 전하고, 두 사람은 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