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랫동안 팀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이 가장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보기 전까지는요. 빠른 전개와 엉뚱한 유머 뒤에 팀워크의 본질이 조용히 숨어 있었고, 그게 제 생각을 꽤 세게 흔들었습니다.막내가 팀을 구하는 방식 — 역할 인정의 문제영화에서 스키퍼는 프라이빗을 늘 보호해야 할 막내로만 대합니다. 프라이빗은 작전 회의에서 의견을 내도 흘려듣히기 일쑤고, 팀의 실질적인 전투력보다는 '귀여운 얼굴'로 역할이 규정됩니다. 그런데 최종 결전에서 데이브의 레이저를 역이용해 전 세계 펭귄들을 원래대로 되돌린 건 바로 그 프라이빗입니다. 부작용으로 자신의 모습이 바뀌는 희생까지 감수하면서요.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새 업무를 맡았을 때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 의견..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은 누적 관객 수 1,626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범인을 잡으러 치킨집을 인수한다는 설정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정체성 혼란 — 형사인지 치킨집 사장인지 모르겠는 그 감각마약반 형사들이 거물급 마약사범 이무배를 잡기 위해 그의 조직원들이 드나드는 건물 앞 치킨집을 인수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달아오릅니다. 원래 목적은 잠복 수사, 즉 위장신분(cover identity)이었습니다. 여기서 위장신분이란 수사관이 본래 신분을 숨기고 민간인으로 행세하며 범죄 조직에 접근하는 수사 기법을 말하는데, 문제는 가게가 너무 잘됐다는 겁니다.마 형사의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