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하고 고집스러운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는 표면만 보면 투덜이 노인의 변화를 그린 가벼운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실감과 고립, 그리고 공동체가 사람을 어떻게 살게 하는지를 꽤 묵직하게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엔 오토가 그냥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제 안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발견했습니다.까칠함의 정체 — 상실감이 만든 방어기제오토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는 이웃에게 벌컥 화를 낸다거나, 주차 구역을 조금만 침범해도 따지고 드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엔 솔직히 피곤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 단순히 성격 탓이 아니라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어기..
낯선 환경에 던져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뭔지 아십니까? 저는 한때 새 업무 시스템 앞에서 완전히 얼어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영화 의 빅터 나보르스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9개월 동안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모국 크라코지아의 쿠데타로 여권 효력을 잃고, 입국도 귀국도 불가능한 채 공항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공항 생존기 — 규정 앞에서 살아남는 법빅터가 처음 JFK 공항에 발을 디뎠을 때, 그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입국 심사관과의 소통이 완전히 막힌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고국에서 쿠데타(coup d'état)가 발생했습니다. 쿠데타란 기존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시키는 행위로, 이로 인해 크라코지아 국적 여권 자체가 국제법상 효력을 잃게 됩니다. 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