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억의 밤》의 주인공 진석은 21살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41세 중년 남자입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것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마주했을 때 저도 순간 멍해졌습니다. 기억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게 단순한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해리성 기억상실, 영화 속 설정이 아니다일반적으로 기억상실이라고 하면 머리를 다쳐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억의 밤》이 다루는 건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영화에서는 해리성 기억상실(Dissociative Amnesia)이라는 진단명이 직접 등장합니다. 해리성 기억상실이란 뇌의 물리적 손상 없이도, 극도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견디..
중요한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끝내 못 하고 집에 돌아온 밤, '그때 다르게 말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돈 적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밤이 꽤 많았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그 질문을 시간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정면에서 건드립니다. 그리고 영화가 내린 답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습니다.시간 여행이라는 능력, 그런데 왜 완벽하지 않을까혹시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본 적 있으십니까.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딱 한 마디만 바꾸는 것, 그것만으로 지금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느낌 말입니다.영화의 주인공 팀은 실제로 그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남자들이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 직접 실험으로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