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명이 저택에 모여 서로를 희생시키는 게임을 벌인다. 영화 를 보고 든 첫 생각은 "나라면 거절했을 텐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 자신감이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절박함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저도 살면서 조금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강요된 선택 — 그게 정말 선택이었을까아이리스는 백혈병을 앓는 동생의 병원비와 부모님이 남긴 빚을 혼자 감당하며 살아가던 인물입니다. 셰퍼드 램브리라는 재단 이사장이 그녀에게 만찬 게임을 제안할 때, 아이리스는 그게 위험한 일이라는 걸 짐작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게임장으로 향한 것을 두고 "스스로 선택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저도 비슷한 감각을 직접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빠듯한 시기에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
영화 《기억의 밤》의 주인공 진석은 21살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41세 중년 남자입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것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마주했을 때 저도 순간 멍해졌습니다. 기억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게 단순한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해리성 기억상실, 영화 속 설정이 아니다일반적으로 기억상실이라고 하면 머리를 다쳐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억의 밤》이 다루는 건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영화에서는 해리성 기억상실(Dissociative Amnesia)이라는 진단명이 직접 등장합니다. 해리성 기억상실이란 뇌의 물리적 손상 없이도, 극도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