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네 번을 거치면서도 두 사람은 끝내 제때 마음을 말하지 못합니다. 1994년에 개봉한 은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으로 꼽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있어도 타이밍을 놓쳐 흐지부지됐던 제 경험이 떠올라 꽤 오래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사랑에서 표현의 용기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결혼이 사랑의 유일한 증명인지를 이 영화는 제법 솔직하게 묻습니다.엇갈림 — 타이밍을 계속 놓치는 두 사람찰스와 캐리는 첫 번째 결혼식에서 만납니다. 연회가 끝나고 찰스가 뒤늦게 그녀를 따라가 즐거운 대화를 나누지만, 캐리는 곧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두 번째 결혼식에서 재회했을 때 캐리 곁에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고, 찰스는 감정을 꺼낼 틈도 없이 상황에 밀려납니다.저는 이 전개가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습니..
1997년 개봉한 영화 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교과서로 꼽힙니다. 주인공이 끝내 사랑을 쟁취하지 못한다는 결말 하나만으로도 당시 관객들을 뒤집어놨던 작품인데,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오래전에 제때 말하지 못했던 마음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사랑한다고 방해할 권리까지 생기는 건 아니다 — 줄리안의 선택과 배경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줄리안 포터는 까다로운 미식 평론가입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그녀가 정작 자신의 감정 앞에선 한없이 무뎠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 마이클과는 서른이 되면 결혼하겠다는 반농담 같은 약속을 나눴지만, 정작 그 감정을 진지하게 꺼낸 적은 없었습니다. 마이클이 다른 여자인 키미와 결혼한다는 소..
2002년 개봉한 은 제작비 500만 달러로 시작해 전 세계에서 약 3억 6,8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독립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로맨틱 코미디 중 하나입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가족의 잔소리와 문화 충돌이라는 소재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다는 사실이, 제 경험과 그대로 겹쳐 보였거든요.자립: 식당 밖으로 나가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툴라는 서른 살이 넘도록 시카고의 그리스 식당에서 일합니다. 부모님이 바라는 삶의 경로는 단순합니다. 그리스인과 결혼하고, 식당을 이어받고, 가족 안에 머무는 것. 이 구조는 그리스 이민자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집단주의적 정체성(collective identity), 즉 개인보다..
웃으려고 틀었던 영화인데, 보다 보니 제가 친구나 가족과 부딪혔던 장면들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영화 은 이혼 직전의 부부가 교통사고로 동시에 기억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강하늘, 정소민 두 배우의 코믹 케미가 핵심이지만, 그 안에 담긴 부부 갈등의 구조는 생각보다 꽤 현실적이었습니다.처음엔 달랐기 때문에 끌렸다 — 갈등 원인일반적으로 성격이 반대인 사람끼리 잘 맞는다고들 하는데, 제 경험상 그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면이 신선하게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가 마찰의 근원이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영화 속 정열과 나라도 딱 그 구조입니다. 클럽에서 처음 만났을 때, 강남 회사원 스타일의 알뜰한 고시생 정열과 소문난 주당에 자유분방한 나라는 서로에게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