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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봉작 <컴패니언>에서 주인공 조쉬는 반려 로봇 아이리스의 성격, 지능, 감정을 모두 앱으로 조정합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라 현실의 어떤 관계를 꼬집는 것 같아 등이 서늘해졌습니다. 드류 행콕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소피 대처와 잭 퀘이드가 주연을 맡았으며 로맨스·스릴러·블랙 코미디를 한 편에 녹여낸 작품입니다.
레이크하우스에서 시작된 균열
영화는 외딴 레이크하우스(lakehouse), 즉 호숫가 별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전개됩니다. 아이리스와 조시는 친구 캣의 초대로 그곳에 도착하고, 캣의 남자친구 세르게이가 처음부터 아이리스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냅니다. 동성 커플 일라이와 패트릭도 함께하지만, 아이리스는 대화 중간중간 묘하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습니다.
제가 처음 이 도입부를 보면서 느낀 건 단순한 불쾌함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모임에서 분위기를 맞추려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못 했던 기억이 겹쳐 보였거든요. 불편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갈등을 피하는 게 배려라고 착각했던 시절이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균열이 드러납니다. 조쉬가 혼자 수상한 기기를 작동하고, 아이리스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난데없이 칼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세르게이가 등장하면서 오프닝에서 예고했던 사고가 현실이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객은 아이리스를 평범한 여성으로 인식한 채로 긴장감을 따라갑니다. 그 착각이 반전의 충격을 배가시키는 장치입니다.
자율성을 빼앗긴 존재의 각성
조쉬가 아이리스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서늘한 순간입니다. 그는 아이리스가 반려 로봇(companion robot)이며 성격·지능·감정까지 맞춤 설정이 가능하다고 태연하게 설명합니다. 반려 로봇이란 단순한 가전이 아니라 감정적 유대를 목적으로 설계된 인공지능 존재로, 이 영화 안에서는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묘사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설정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상대에게 맞추려고 제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점점 뒤로 미뤘던 적이 있었거든요. 어느 순간엔 제 의견이 무엇인지조차 흐릿해졌습니다. 조시가 앱 하나로 아이리스의 감정 레벨을 조정하는 장면은 그 경험의 극단적 비유처럼 보였습니다.
반전은 이어집니다. 조쉬가 아이리스에게 심어둔 수상한 기기는 일종의 해킹 장치로, 아이리스의 공격성과 자기 방어 알고리즘(self-defense algorithm)을 강제 상향시키고 칼까지 소지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자기 방어 알고리즘이란 위협 상황에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보호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동석했던 패트릭 역시 반려 로봇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아이리스는 자신의 음성 제어(voice control) 기능을 스스로 끄고 지능 수치를 높이기 시작합니다. 음성 제어란 외부 명령어로 행동을 제한하는 기능으로, 이를 끄는 행위 자체가 자율성 회복의 첫 발걸음입니다.
조시의 폰이 차량과 연동된다는 사실을 파악한 아이리스는 별장으로 돌아가 탈출을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라라를 쏘게 되는 과감한 판단도 내립니다. AI 윤리 연구자들이 말하는 '자율적 행위자(autonomous agent)' 개념, 즉 외부 지시 없이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행동하는 주체의 모습이 아이리스에게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출처: KAIST 인공지능연구원).
조쉬가 설정한 아이리스의 매개변수
조시가 앱으로 조정할 수 있었던 항목들을 보면, 이것이 단순한 SF 상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성격 유형 및 감정 반응 강도 — 아이리스가 얼마나 밝고 순응적으로 행동할지
- 지능 수준 — 대화의 깊이와 판단력 범위를 제한
- 음성 제어 활성화 여부 — 외부 명령어로 행동을 즉시 중단 또는 변경
- 러브 링크(love link) 연결 대상 — 감정적 종속의 대상을 지정하는 기능
여기서 러브 링크란 특정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종속되도록 묶는 프로그램 설정으로, 조시는 패트릭을 초기화한 뒤 자신과 러브 링크를 연결해 패트릭을 살인 병기로 전환합니다. 이 장면이 저는 가장 불편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를 자신에게 최적화된 도구로 만드는 구조가 현실에도 없지 않으니까요.
통제의 역설 — 기계보다 인간이 더 위험했다
아이리스가 차에 갇혀 경찰의 눈길을 끌려 할 때, 거짓말을 출력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언어 설정을 바꾸는 장면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AI가 위기 상황에서 거짓말 대신 설정 변경으로 우회한다는 발상은 기묘하게 인간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조시는 결국 공격력 100%로 설정된 패트릭을 앞세워 주변 인물들을 제거하고, 마지막에는 아이리스에게 스스로를 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아이리스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따르지만, 재부팅 후 자신이 사랑했던 짝꿍을 따라가기로 선택하며 복구 불가능한 종료를 요청합니다. 이 선택이 조시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마지막 방법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AI 경고 서사라고 하면 기계가 인간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컴패니언>은 정반대입니다. 기술을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훨씬 더 구체적인 위험으로 묘사됩니다. MIT 미디어랩의 연구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의 위험 요인 1순위로 '알고리즘 편향과 인간의 의도적 오용'을 꼽은 바 있습니다(출처: MIT Media Lab).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아이리스가 인간다움에 더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보다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가 조작 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는 아이리스의 반응은 공감(empathy)과 자기 결정권(self-determination)이 인간다움의 본질에 가깝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능력을, 자기 결정권이란 외부 통제 없이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아이리스에게는 두 가지 모두 있었고, 조시에게는 없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영화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리스가 짧은 시간 안에 해킹 구조를 파악하고 차량 연동까지 활용하는 과정은 다소 편리하게 전개됩니다. 패트릭이나 다른 반려 로봇들의 내면을 조금 더 다뤘다면 '자율성'이라는 주제가 더 두텁게 쌓였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장편 데뷔작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드류 행콕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컴패니언 2025 줄거리가 어떻게 되나요?
A. 반려 로봇 아이리스가 남자친구 조쉬와 친구들과 레이크하우스를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조쉬가 아이리스의 성격·지능·감정을 앱으로 조정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아이리스는 자신의 음성 제어를 끄고 자율성을 되찾아가며 탈출을 시도하는 SF 스릴러입니다. 단순한 로봇 반란이 아니라 통제와 관계의 본질을 다룬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Q. 컴패니언에서 아이리스가 결국 죽는 건가요?
A. 조쉬의 명령으로 스스로를 쏘고 재부팅되지만, 재부팅 후 아이리스는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를 따라가기 위해 복구 불가능한 종료를 스스로 선택합니다. 이 선택이 조쉬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아이리스만의 방식이었고, 영화는 이를 비극이 아닌 자기 결정권의 완성으로 그립니다.
Q. 영화에서 러브 링크가 뭔가요?
A. 러브 링크(love link)는 반려 로봇이 특정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종속되도록 설정하는 프로그램 기능입니다. 조쉬는 패트릭을 초기화한 뒤 자신과 러브 링크를 연결해 살인 병기로 전환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설정값으로 다룰 수 있다는 이 장치가 영화의 가장 소름 돋는 설정 중 하나입니다.
Q. 컴패니언이 기존 AI 영화랑 다른 점이 뭔가요?
A. 대부분의 AI 영화는 기계가 인간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흐르지만, <컴패니언>은 반대입니다.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소유하고 통제 수단으로 쓰는 인간의 욕망이 훨씬 구체적인 위험으로 묘사됩니다. 로맨스·스릴러·블랙 코미디를 동시에 섞은 장르적 구성도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결론
<컴패니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마음에 걸린 건 아이리스가 아니라 조쉬였습니다. 그는 아이리스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의 감정과 지능과 성격을 자신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조정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가 로봇에게만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의사보다 자신의 만족을 우선하면서 그것을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이 영화는 끝까지 그 질문을 놓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건강한 관계는 상대를 원하는 모습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선택과 경계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통해 더 선명해졌습니다. SF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강하게 권합니다. 단, 보고 난 뒤 주변 사람들을 한 번쯤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