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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를 본 남자 (천재성, 편견, 증명)

moobibig 2026. 8. 24. 11:00

목차


    인류 역사 3대 천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수학자가 32살에 요절했고, 그가 남긴 수식 일부는 1980년이 지나서야 의미를 해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천재의 위인전이 아니라,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온몸으로 싸운 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비를 맞으며 일자리를 찾던 천재, 어떻게 발견됐을까

    대학 학위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노숙 직전까지 내몰린 사람이 있었다면 믿어지십니까? 라마누잔은 바로 그 상황 속에서도 머릿속에서 수식을 떠올리던 사람이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날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던 그를 처음 알아본 건 영국 공무원 출신의 한 부장이었습니다. 특히 지수(指數) 계산에서 보인 비범한 능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지수란 거듭제곱의 횟수를 나타내는 수로, 숫자가 커질수록 계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지는데, 라마누잔은 이를 직관만으로 풀어냈습니다.

    제가 처음 새로운 분야를 독학할 때 가장 막막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저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번번이 벽에 부딪혔습니다. 라마누잔의 상황이 남 얘기가 아니었던 이유입니다.

    그 부장은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 라마누잔이 독학으로 만들어낸 수식들을 저명한 수학자들에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개의 편지 중 마침내 당대 최고의 수학자 하디 교수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한 사람의 편견 없는 눈이 한 천재의 운명을 바꾸는 순간이었습니다.

    • 학력 없이 독학으로 수백 개의 수식을 만들어낸 라마누잔
    • 지수 계산에서 드러난 직관적 수학 능력
    • 인맥을 활용한 편지 캠페인 끝에 하디 교수와 연결
    요약: 학력이라는 편견 너머에서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본 건 한 사람의 눈과 행동이었습니다.

     

    케임브리지의 편견, 천재성만으로는 부족했다

    하디 교수의 편지를 받은 라마누잔은 결혼한 지 두 달도 안 된 아내를 인도에 두고 한 달간의 항해 끝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하디와 리틀이 가장 먼저 마주친 현실은 실망이었습니다. 편지에 가득했던 수식들을 증명해 주길 기대했지만, 라마누잔은 증명(proof)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증명이란 수학에서 어떤 명제가 참임을 논리적 절차에 따라 단계별로 보이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이것 없이는 어떤 수식도 공식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제가 경력이나 배경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결과를 보여줄 형식이 없다는 이유로 문이 닫히는 경험, 그때는 정말 억울했습니다. 라마누잔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이유입니다.

    인종차별적 시선은 거기에 더해진 또 다른 장벽이었습니다. 칠판 앞에서 문제를 거침없이 풀어내도,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트리니티 칼리지 회원 자격은 번번이 막혔습니다. 하디는 그런 라마누잔을 위해 증명이 비교적 덜 필요한 수식 하나를 골라 밤을 새워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협력이 없었다면 라마누잔의 이름이 학계에 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서늘합니다.

    실제로 라마누잔과 하디의 공동 연구는 수론(Number Theory)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남겼습니다. 수론이란 정수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로, 소수의 분포나 분할 함수 등을 다룹니다. 이 분야에서 두 사람이 함께 발표한 논문은 오늘날까지 수학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MacTutor History of Mathematics, University of St Andrews).

    요약: 천재성만으로는 학계의 문이 열리지 않았고, 증명이라는 형식과 하디라는 조력자가 있었기에 라마누잔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전쟁과 병마, 그래도 수식은 멈추지 않았다

    케임브리지에서 연구를 이어가던 라마누잔에게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또 다른 시련이 닥칩니다. 식량 배급이 군대로 집중되면서 그는 학교 밖까지 나가 먹을 것을 구해야 했습니다. 이 시기 동료 수학자 리틀우드(Littlewood)가 제시한 정리가 라마누잔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수가 무한대로 커질수록 찻값이 커진다"는 이 정리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직면하게 했습니다. 그날 밤 라마누잔은 생애 처음으로 증명에 매달려 밤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밤 이후 심각한 복통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영양 부족과 쇠약해진 몸, 연락이 닿지 않는 아내, 학회 회원 거부까지 겹치면서 라마누잔은 극한의 고립감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제가 목표에 집중하느라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을 뒤로 미룬 적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라마누잔의 아내 자나키(Janaki)가 남편의 답장을 기다리며 애태우던 장면이 유독 마음에 걸렸던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하디는 뒤늦게 라마누잔의 상황을 알게 됩니다. 그의 숫자에만 빠져 정작 그 사람을 돌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라마누잔의 연구를 근거로 트리니티 칼리지 회원 입성을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도착하지 못한 편지들로 인해 생긴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저는 소통이 끊긴 상태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얼마나 빠르게 멀어질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요약: 전쟁과 병마 속에서도 수식을 놓지 않았던 라마누잔에게 정작 필요했던 건 숫자보다 사람이었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온 명예, 그래도 유산은 남았다

    트리니티 칼리지 회원 입성을 두고 학자들을 설득하는 하디의 연설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던 하디가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며 라마누잔의 가치를 설명하는 모습은, 한 사람의 편견 없는 믿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라마누잔은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에게 그 시점에서 필요한 건 더 이상 명예가 아니라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날아온 전보를 받은 라마누잔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의 곁에서 3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가 마지막 해 하디에게 편지로 전한 노트는 훗날 목 타원 함수(Mock Theta Function)라는 이름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서 목 타원 함수란 타원 함수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특수한 수학 함수로, 현재 블랙홀의 엔트로피 계산 등 현대 물리학 연구에 실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논문을 찾아봤는데, 라마누잔이 100년 전 직관으로 써 내려간 수식이 오늘날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세계 수학자의 날(World Mathematics Day)은 라마누잔의 생일인 12월 22일로 지정되어 있으며, 세계 최초의 수학 특화 AI 시스템에는 그의 이름을 딴 '라마누잔 머신(Ramanujan Machine)'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라마누잔 머신은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수학적 상수들에 대한 새로운 공식을 자동으로 추측해 내는 알고리즘입니다(출처: The Ramanujan Machine Project). 살아있는 동안 그 영예를 누리지 못했던 한 사람이,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 AI의 이름이 됐다는 사실이 묘하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요약: 라마누잔의 유산은 그가 떠난 뒤에도 블랙홀 연구부터 수학 AI까지, 인류의 지식 앞에 계속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는 실화인가요?

    A. 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인도 출신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의 실제 생애를 다루고 있으며, 하디 교수와의 협업, 케임브리지 생활, 트리니티 칼리지 회원 논란 등 주요 사건들은 역사적 기록에 근거합니다. 다만 영화적 연출을 위해 일부 장면은 각색되었을 수 있습니다.

     

    Q. 라마누잔이 남긴 수식이 지금도 쓰인다고요?

    A. 맞습니다. 특히 그가 임종 직전에 남긴 목 타원 함수(Mock Theta Function) 관련 노트는 수십 년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가, 현대에 들어 블랙홀의 엔트로피를 계산하는 데 활용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라마누잔 자신은 이 수식이 무엇에 쓰일지 알지 못한 채 직관으로 써 내려갔다는 점이 더욱 놀랍습니다.

     

    Q. 하디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A. G.H. 하디(Godfrey Harold Hardy, 1877~1947)는 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하는 수학자로, 해석학(Analysis)과 수론(Number Theory)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라마누잔의 편지를 받고 그 가치를 즉각 알아본 인물로, 두 사람의 협업은 수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파트너십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하디는 말년에 라마누잔을 발견한 것이 자신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Q. 라마누잔 머신이 뭔가요?

    A. 라마누잔 머신은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 연구팀이 2019년에 공개한 수학 특화 AI 시스템입니다. 원주율(π)이나 자연로그의 밑(e) 같은 수학적 상수들에 대해 새로운 공식을 자동으로 추측해내는 알고리즘으로, 라마누잔처럼 직관적으로 공식을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그의 이름을 땄습니다. 증명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하지만, 후보 공식 자체를 AI가 제안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위대한 성취의 뒤편에 가족과의 이별, 병마, 인종차별, 고립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단순히 "대단한 천재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 없었습니다. 제 경험상 무언가에 집중하는 동안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건 쉬는 시간과 주변 사람들입니다. 라마누잔의 삶은 그것이 얼마나 큰 대가인지를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재능을 발견하는 눈과 편견 없이 기회를 주는 태도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생각해보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를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혹시 지금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쌓아가고 있다면, 라마누잔처럼 그 가치를 보여줄 형식도 함께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9xpeJuqtrM